artist note

 

나무는 곧 고향이다. 동네 초입의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, 유원지 강가에 줄지어 서있던 포플라, 아카시아들... 어린 시절 나무 위에 올라가 매미를 잡느라 바쁜 여름날들을 보냈고 늘 그 그늘에서 뛰어 놀며 우리와 함께 성장 했고, 지금도 그 때와 다름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. 너무 친숙해서 그 존재감을 깨닫지 못하고 소중함도 잠시 잊어버렸던 나무, 사람들의 무심한 지나침 속에서도 그 자리에 서서 온갖 세파와 희로애락을 겪어낸 자취들을 꾸밈없는 형상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의연한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.

나무, 과일 또는 일상 속에서 소소히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형상들.. 눈에 보이는 이런 사물들.. 정물이 되었든 나무와 풍경이 되었든 그림 속에 표현된 사물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역사를 지닌 우리 삶의 흔적의 의미이다. 이런 형상 뒤에 구름과 함께 보여지는 하늘은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비어있지 않은 공간이다. 사물 뒤로 비껴 보이는 구름은 힘들고 불안한 현실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의 두려움들로 채워져 있으며 이런 일면을 헤치고 곧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빛은 꿈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. 빛은 우리의 간절한 염원이요 기다림의 모습이다. 이런 나무와 빛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우리의 자화상에서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살아왔던 삶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그 흔적과 소중한 기억들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 작가노트 中 -

© 2015 by Suh Jeongdo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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